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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고향

“바이올린에 영혼을 건 악마: 파가니니의 치열한 인생”

by green-saem 2025. 3. 24.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린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782~1840)는 화려한 기교만큼이나 스캔들과 기행으로 가득한 인생을 살았다.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에 시달렸고, 단 한 번도 정착하거나 안정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흔히 ‘그가 진짜 사랑한 건 결국 바이올린이 아니었느냐’고 말한다. 왜 이런 결론이 나왔을까? 그의 기구한 생애를 간략히 따라가 보자.

 1. 혹독함 속에서 싹튼 재능

파가니니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나 음악 애호가였던 아버지 손에서 굉장히 엄격한 훈련을 받았다. 만돌린과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음악 신동”으로 불리기 시작했지만, 대가로 평범한 어린 시절을 누릴 자유는 빼앗겼다.

  • 아버지는 아들이 빨리 성공해 집안을 일으켜 세우길 바랐고, 파가니니는 밤낮 없이 활을 켜야 했다.
  • 이런 과도한 통제와 스트레스는 그에게 음악 외의 삶을 방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2. 전 유럽을 뒤흔든 ‘악마적 기교’

어린 시절부터 쌓인 천재적 기량은 파가니니를 유럽 전역에서 최고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어 주었다. 왼손 피치카토, 초고음 슬러, 하모닉스 등은 당대에는 상상도 못 한 기법이었고, 청중들은 그의 공연에 열광했다.

  • “24개의 카프리스(Op.1)” 같은 난곡은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공포와 경외심을 동시에 안겼다.
  • 손가락과 팔다리가 유연해 악마의 재능을 타고났다는 루머가 퍼졌고, 일부 사람들은 진짜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3. 스캔들 많은 여성 편력, 그러나…

파가니니는 곳곳을 순회하며 숱한 연애와 스캔들을 일으켰다. 재능과 명성에 홀린 여성들이나, 그 역시도 짧은 만남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래도록 마음을 붙인 인연을 찾긴 어렵다.

  • 유일하게 동거하며 아들을 낳은 **안토니아 비안키(Antonia Bianchi)**가 있었으나, 결혼하지 않은 채 끝내 결별했다.
  • 다수의 여성들이 그의 이목구비나 거친 성품에 끌렸다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대부분 짧게 끝나는 스캔들로 남았다.

4. 말년의 쇠락과 의문의 장례

화려한 명성 뒤편에서 파가니니는 도박과 음주에 빠졌고,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건강까지 악화됐다. 재정적으로 어려워 빚에 시달렸으며, 1840년 프랑스 니스(Nice)에서 사망했다.

  • “교회가 ‘악마적 존재’라고 장례를 거부했다”는 식의 전설이 퍼졌는데, 실제로 한동안 가톨릭 장례 절차를 받지 못해 유해가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 사후에도 그는 “괴짜 거장”이라는 명성과 루머를 동시에 얻으며, 세상 떠난 뒤까지 화제거리로 남았다.

5. 결국 그의 ‘참사랑’은 바이올린?

이렇다 할 결혼 생활도, 오래 함께 지낸 파트너도 없이, 가장 애정을 쏟았던 건 오직 바이올린이었다는 평이 있다.

  • 하루 수 시간 이상 독보적인 기교를 갈고닦았고, 연주 여행 도중에도 연습만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수많은 증언이 남아 있다.
  • 스캔들과 유희가 넘쳐났지만, 그의 인생 대부분은 사실상 공연장과 악기 앞에서 이루어졌다.

6. 후대에 남긴 유산

파가니니의 “악마적 기교”는 훗날 리스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 다양한 작곡가들에게 거대한 영감을 주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클래식 무대에서 극적인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시켰다.

  • 「24개의 카프리스」는 지금도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최고의 난곡으로 손꼽힌다.
  • 작곡과 연주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음악적 혁신은, 19세기 이후 낭만주의 음악의 기틀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맺음말

니콜로 파가니니는 상상 초월의 테크닉과 기행으로 당대를 뒤흔들었고, 악마적 천재라는 호칭을 평생 달고 다녔다. 여러 여성과 스쳐 가듯 인연을 맺었으나 오래도록 붙잡은 사람은 없었다. 그가 끝까지 바짝 붙들고 있었던 건 결국 바이올린, 그리고 음악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파가니니의 진짜 사랑은 오직 바이올린”이라고 입을 모은다. 화려하고 격정적인 무대 뒤에서,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늘 활과 현이 만들어 내는 소리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