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 떠오른다』(원제: The Sun Also Rises)는 1차 세계대전 직후 파리를 무대로 한 젊은 예술인·지식인들의 방황과 허무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에서 이 작품을 드라마화한 시리즈가 방영된 적도 있는데, 그때 주요 인물을 3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이 이끌어 가는 구조로 연출하기도 했다. 실제 원작 소설 속 중심인물들을 살펴보면, 주인공인 제이크(Jake Barnes)와 그를 둘러싼 세 남성(로버트 콘, 마이크 캠벨, 빌 고턴) 그리고 유일한 여성 중심 캐릭터인 브
렛 애슐리(Lady Brett Ashley)가 주요 축을 이룬다. 작품의 줄거리를 좀 더 자세히 정리해 보자.

1. 주요 인물 소개
- 제이크 반스(Jake Barnes)
- 미국 출신의 신문기자이며,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을 입었다.
- 부상으로 인해 육체적 결함(성 기능 상실)이 생겨, 사랑하는 브렛과는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 내면의 고독과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냉소적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는 인물이다.
- 브렛 애슐리(Lady Brett Ashley)
-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성으로, 전쟁 후 허무를 달래기 위해 다양한 남성과 관계를 맺는다.
- 제이크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지만, 그와 결코 완전한 사랑을 이룰 수 없음을 알고 있다.
- 여러 남자 사이를 오가며 심리적으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 로버트 콘(Robert Cohn)
- 유대계 미국인으로, 작가를 꿈꾸며 파리에 머물고 있다.
- 브렛에게 강렬하게 끌려 연애 감정까지 드러내지만, 그로 인해 나머지 인물들과 갈등이 커진다.
- 소위 “길 잃은 세대” 중에서도 조금 다른 부류의 인물로, 때로 어리숙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
- 마이크 캠벨(Mike Campbell)
- 브렛의 약혼자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전직 군인(혹은 귀족 배경).
- 전후(戰後)에 허무와 방탕 속에서 방황하며 자주 술에 취해 있고, 브렛이 다른 남자와 얽히는 것에 극도로 예민해한다.
- 빌 고턴(Bill Gorton)
- 제이크의 절친한 친구로, 미국인 작가이자 기자.
- 재치 있는 농담과 유머로 상황을 풀어 가는 인물이지만, 그 또한 시대의 허무를 감춘 채 살아가고 있다.
2. 줄거리 전개
(1) 파리에서의 방황
- 소설은 전후 파리에서 제이크와 주변 인물들이 지내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 파리의 카페와 술집, 밤문화 속에서 제이크와 브렛, 로버트 콘의 미묘한 삼각관계가 드러난다.
- 브렛은 제이크를 사랑하지만, 그의 상처(부상으로 인한 불능) 때문에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고뇌한다.
- 로버트 콘은 브렛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브렛이 워낙 자유로운 성격이고 제이크와도 남다른 감정이 있어 관계가 복잡해진다.
(2) 스페인 팜플로나(Pamplona) 여행
- 제이크와 친구들은 여름에 스페인 팜플로나로 투우 축제를 보러 떠난다.
- 투우 축제는 소설에서 핵심 무대가 되며, 다양한 갈등과 감정이 폭발한다.
- 로버트 콘은 브렛이 다른 남자와 가까워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격분한다.
- 마이크 캠벨은 브렛의 약혼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로버트나 다른 남자에게 끌리는 모습에 분노하고 술을 마신다.
- 제이크는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자신의 절망적 처지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
- 스페인의 열정적이면서도 위험한 투우 축제 분위기가, 인물들의 내면적 불안을 더욱 부각한다.
(3) 브렛의 새로운 사랑과 충돌
- 브렛은 현지의 젊은 투우사 페드로 로메로(Pedro Romero)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다.
- 로버트 콘은 브렛의 새로운 로맨스에 질투심이 폭발해 폭행 사건을 일으키고, 결국 인물 관계가 파탄 직전까지 치닫는다.
- 축제를 끝으로 일행은 각자 뿔뿔이 흩어지며, 그간 쌓인 불신과 허무감이 더욱 짙어진다.
(4) 결말: “해는 또 떠오른다”
- 브렛은 제이크에게 긴급 전보를 보내 스페인 다른 도시(마드리드)로 불러낸다.
- 그곳에서 브렛은 로메로와의 관계도 결국 끝나 버렸다고 고백한다.
- 마지막 장면에서 택시를 타고 가며, 브렛이 “우리 둘이 정말 잘 해볼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말하자, 제이크는 “그래… 참 멋졌겠지.”(“Isn’t it pretty to think so?”)라고 대답한다.
- 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전쟁 뒤 공허한 현실을 동시에 상징한다.
3. 작품의 핵심 주제와 의미
- 길 잃은 세대(The Lost Generation)
-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젊은 층이 기존 가치관을 상실하고, 정신적 방황 속에서 허무와 퇴폐에 빠져 있는 모습을 그린다.
- “해가 떠오르지 않을 것만 같은 절망감”을 맛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는 또 떠오른다. 삶은 계속되고, 이들에게 명확한 구원은 주어지지 않는다.
- 상실감과 미완의 사랑
- 제이크와 브렛이 서로를 원하지만, 신체적·심리적 이유로 이어질 수 없다는 설정은 전후 세대의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은유한다.
- 진실한 사랑이나 인간관계가 이뤄질 듯하면서도 끝내 어긋나는 과정을 통해, 전쟁이 남긴 허무를 드러낸다.
- 투우 축제와 원시적 생명력
- 팜플로나 투우는 격정적이고 원초적인 삶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 인물들은 한순간 열정에 취하지만, 결국 소유하지 못하고 더 큰 좌절감에 빠진다.
- “핵심은 겉보기의 쾌락이나 모험이 아니라, 애초부터 존재 자체가 비극적 결핍이라는 것”이 작품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다.
- 헤밍웨이식 문체(빙산 이론)
- 소설은 간결한 문장과 대사 위주로 전개되며, 인물들의 내면 감정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 독자가 인물들의 행동과 분위기를 통해 그들의 숨은 상처와 욕망을 짐작하게 되는, 이른바 “빙산 이론”의 전형적 예시다.
결론: “멋졌겠지. 그래도 해는 떠오르고…”
『해는 또 떠오른다』는 전후(戰後) 허무와 상실감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결국 “인생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 제이크와 브렛의 이룰 수 없는 사랑, 팜플로나에서 펼쳐진 원초적 투우 열기, 로버트 콘의 갈팡질팡하는 질투, 그리고 술과 밤거리에 중독된 일행들의 방황은 한낱 방탕의 기록이 아니었다.
- 그것은 **“끝난 전쟁 뒤에 과연 우리가 회복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라는 지독한 질문이기도 하다.
결국 해가 뜨든 뜨지 않든, 우리는 하루를 또 살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제이크와 브렛처럼 각자의 상실과 욕망을 품고 다른 이들과 얽히면서도 절대 온전해지지 못하는 삶을 영위한다. 이 소설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 끝없는 방황 속에서의 무언의 공감을 전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마무리
헤밍웨이가 소설 속에서 그리는 인물들은 흔히 **“길 잃은 세대(The Lost Generation)”**라 불린다. 전쟁이 끝났지만 가치관은 무너졌고, 서로를 안아 주기엔 내면의 상처가 너무 깊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다 보면 “현대에도 비슷한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제이크의 냉소나 브렛의 방황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불안과 결핍을 떠올리게 만든다. 전쟁이든 시대 변화든, 세상이 큰 혼란을 겪고 난 뒤에는 언제나 이런 ‘길 잃은 젊은이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결국 이 작품은 특정 시기를 넘어선 보편적 허무와 상실을 담아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 『해는 또 떠오른다』는 20세기 초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헤밍웨이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절제된 감정 묘사가 돋보인다. 드라마에서 느낀 캐릭터들의 애증과 방황이 궁금하다면, 소설 전체를 직접 읽어 보길 권한다.
제이크와 브렛,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허무와 갈등, 그리고 스페인 투우 축제의 열기는 단순한 멜로드라마 이상의 문학적 깊이를 선사해 줄 것이다. “해는 또 떠오르지만, 그 태양 밑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잃어 왔나?”라는 질문을 곱씹게 만드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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