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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고향

『이방인』의 부조리와 감정 표준: 뫼르소가 던지는 질문

by green-saem 2025. 3. 28.

알베르 카뮈

1. 들어가는 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프랑스 문학사뿐 아니라 세계 문학 전반에서 부조리를 상징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무더운 알제의 해변, 우발적인 총격 사건, 그리고 살인보다 더 문제 삼아지는 주인공 뫼르소의 감정 결핍이 독자들을 낯설고 묘한 불편함 속으로 이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정작 재판정에서 비난받는 지점은 ‘비정상적인 태도’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범죄 서사를 넘어 사회가 강요하는 감정 표준과 개인의 내면이 어떻게 부딪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2. 스토리 요약

뫼르소는 알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처럼 보이지만, 어머니 장례식에서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기대하는 슬픔이나 회한 같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 후 우연히 일어난 갈등 끝에 해변에서 아랍인을 총으로 살해하게 되고, 곧바로 체포된다.

재판 과정에서 그가 받은 비난은 살인 행위 자체가 아니라,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점과 범행 후 별다른 후회를 보이지 않는 태도였다. 법원과 언론은 “어머니가 죽었는데 어떻게 그리 무심할 수 있나”라며 도리어 그 감정의 결여를 더 심각하게 문제 삼는다. 결국 그는 사형 선고를 받고,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특유의 담담함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3. 뫼르소의 감정 표준 위반이 핵심이 되는 재판

일반적으로 범죄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범행 동기와 죄질이다. 그런데 『이방인』에서는 이보다 “왜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는가”가 더 큰 쟁점으로 부상한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게 죄책감을 요구하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범죄 행위보다 뫼르소의 태도가 더 큰 지탄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뫼르소는 살인자라는 혐의뿐 아니라, ‘정상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 비정상적 인간으로 규정된다. 이 과정에서 법적 판단은 사회적 도덕과 섞여, 한 개인이 느껴야 할 감정마저도 재판의 증거로 쓰이게 된다. 작품 속에서야 극단적으로 그려지지만, 실제 현실에서도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감정들이 절대적 기준이 되어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단죄하지 않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4. 부조리: 엇갈림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는 단순히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때로는 윤리와 관습을 지키려 애쓴다. 그런데 정작 세상이 그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어긋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때 느끼는 근본적 갈등이 바로 부조리다.

뫼르소는 감정의 표준을 요구받으면서도, 그것이 진정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는 사회가 합의한 ‘보편 감정’을 수용하지 않고, 스스로 부조리한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 그 지점에서 세상은 그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한다. 범죄 사실보다 ‘감정 불량’이라는 낙인이 씌워지는 역설이 일어나며, 이는 작품 전체에 걸쳐 부조리의 핵심으로 부각된다.

5. 마무리하며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보여주는 무심함은 사회가 바라는 감정 표준과 극적으로 충돌한다. 그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지적하는 사회는, 도리어 법적·윤리적 판단의 초점을 뒤엉키게 만든다.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대신, ‘왜 울지 않았는지’가 심판의 기준이 되고, 그 사실로 인해 뫼르소는 살인자이자 감정 불량자로 단죄된다.

카뮈가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결국 인간 존재와 사회라는 시스템이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모든 사람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정답이 정말 존재하는가. 감정을 느끼는 방식과 표현의 정도마저 획일화될 수 있는가. 이 의문은 곧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뫼르소를 통해 나타나는 부조리가 더 이상 막연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과 세계가 서로 기대하는 바가 충돌할 때, 그 틈새에서 엇갈림이 부조리를 낳는다. 『이방인』은 그 점을 극적으로 드러내며, 오랜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줄 단서를 제공한다. 결국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우리는 “사회가 당연하다고 믿는 ‘감정 표준’이 정말 절대적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떨쳐낼 수 없게 된다.

 

※ 알제(Algiers)는 현재 알제리의 수도로, 『이방인』이 쓰인 당시에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카뮈는 이 지역에서 직접 성장하며 작품의 배경을 구성했다.

뫼르소는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수도 알제(Algiers)**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